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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S Development - Behind 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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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대상들 중하나이다. ‘초’, ‘분’ 또는 ‘시간’이 아닌 ‘광년’이라는 단위가 쓰이는 무한한 우주는 항상 나를 흥분시킨다. 그러한 우주로의 도전은 매시즌 컨셉을 정하는 데에 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주제였다. 인류가 처음으로 대기권 바깥에 발을 내밀었던 사건. 이 역사적인 순간이 일으키는 감정적 파동을 이번 SS19 시즌의에 담기 위해 노력하였다.

나는 이 순간이 인류가 겪었던 가장 위대한 순간 중에 하나라는 것에 단 한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는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절대적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한계를 뛰어넘는 도약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감을 어떻게 옷에 표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우주로의 도전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인류가 경험한 다른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 리서치했다.

탈(脫)지구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옷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해야 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사건들. 예수의 십자가사건, 종교개혁, 산업혁명, 미국의 독립선언,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 참정권을 얻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서프러제트) 등은 역사에서 분기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예로 든 일련의 사건들은 시대를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누는 중대한 사건들이다. 누군가에게는 위의 사건들이 인류를 우주에 보내는 대장정과는 등가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적 변곡점으로써 기능하는 사건들, 여기서는 인류를 우주로 보내는 사건. 어떻게 옷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한 사건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그이후로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Identity change”

나는 그것을 “정체성의 변화”로 받아들였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오듯, 알을 깨고 병아리가 나오듯 인류의 역사는 위의 사건들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Double agent”

이중간첩. 목적을 위해 원래 모습을 숨기고 두 조직 사이에서 끊임없이 암약하는 사람들. 나한테는 ’변화하는 정체성’에 대한 가장 극적인 메타포였다. 하지만 완벽하게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이중간첩을 옷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들을 투영시킬 수 있는 또다른 개념으로의 디벨롭이 필요했다.

"Tension"

적과 동지의 구분이 모호한 경계. 찰나와 같은 순간적인 흐트러짐마저도 파고들어 단 한번의 칼놀림으로 생사를 결정지어버리는 일본도와 같은 예리한 경계. 그 경계가 그들이 사는 곳이고 그들의 본질이다. 발각되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몸부림과 발각되면 안된다는 강박. 이는 ‘긴장’ 그 자체이다. ‘긴장’이라는 개념을 옷으로 풀어내기 위해 비쥬얼적인 레퍼런스를 찾기 시작했다.

수많은 상품들로 빼곡한 협소한 진열장,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밀집한 전선들을 보면서 나는 이것이 ‘긴장’의 표현 방법일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옷에는 어떠한 디테일들이 있고, 또 어떠한 디테일들을 긴장의 표현방법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우선 다트에 집중했다. 때론 이 다트의 활용 때문에 옷의 조립도와 같은 패턴에서 절개를 없애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 결과 내가 원하는 shape을 얻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서 수많은 트왈링을 하게 되었다

다트(Darts) : 다트는 원래 「던지는 창・화살던지기」 등의 뜻인데, 복식 용어에서는 의복조형상 평면적인 천을 입체적인 인체에 맞추기 위해 의복의 일정한 부분을 걷어잡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부분에 따라 고지 다트・숄더 다트・암홀 다트・사이드 다트・웨이스트 다트 등으로 부르며, 이러한 다트를 체형이나 양복 종류에 따라 두세 가지를 겸용하는 경우가 많다. 위치・분량・길이 방향은 유행이나 디자인에 따라 달라진다.

트왈(toile): 프랑스 단어로 본래는 린넨이나 캔버스 천으로 패션 디자인에서는 광목(callico 또는 mussline)으로 만들어진 가짜 옷을 트왈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가봉을 만드는 작업을 트왈링한다.

또한 덮기(flap)와 끈(strap)을 ‘긴장’을 표현하는 요소로 사용하였다. ‘긴장’과 ‘준비’은 어느정도 맞닿아 있는 개념이고 ‘준비’라는 개념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나타낼 수 있는 매개체는 전사의 갑옷이라 생각했다. 상대의 무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빈틈을 상쇄하는 갑옷. 가리기와 조이기. 이것을 디자인적인 방법으로 승화시킨 것이 flap과 strap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시즌의 디자인적인 특징은 기울어진 cetre front이다.

위의 사진들처럼 간신히 보조물에 지탱을 받고 있는 구조를 보면서 굉장히 위태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이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전달이 되었는데 무너지기 직전의 보이지 않는 응축된 힘이 내가 이번 시즌에서 찾고자 하는 연상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그 위태로운 상황에서의 균형이 바로 이번 시즌의 옷들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중 마지막 포인트이다.

이번 시즌의 모든 과정은 로켓발사 장면에서 여러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고안해낸 팔레트를 옷에 입힘으로써 디자인에 대한 모든 과정은 마무리된다.

다소 지루할 지도 모르는 이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을 보내드리기 전에 하고자 하는 한마디는 내가 이번 시즌의 디자인을 고안하는 작업을 공유하는 것이 단지 이목을 끌고자 함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다. 디자이너로서 한 시즌을 앞두고 아이디어부터 최종적으로 옷이 나오기 까지 너무나도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겉으로는 예술적인 일을 하는 직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수 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이면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삶의 고뇌와 자기 자신과의 싸움, 자신을 넘어서려는 한계에 대한 도전, 남의 비판에 대한 열린 귀와 또 이겨나갈 수 있는 담대함, 현실에 무릎꿇지 않는 정신 등 이 모든것이 보이지 않지만 디자인으로 나타난다.

이글을 쓰는 실제 이유는 내가 이 브랜드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여기 까지 있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였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한계를 끌어내 최상의 디자인과 옷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나의 열정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위의 2019SS의 개발과정이 상세한 부분들까지 (독자들의 배려를 위해) 담아 내지 못하였지만 아마도 이러한 절박함과 한계를 넘어가고자 하는 결연함이 로켓발사순간의 느꼇던 전율과 더불어 그것을 이번시즌의 모티브로 정한 이유에도 깊은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내가 확신하는 한가지는 진정한 예술의 작품은 보이는 것을 넘어 거부할 수 없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한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보이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공감하기 시작할 때 그 작품은 더 이상 옷, 조소, 조각, 나무 조각을 넘어 예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전달하는 진심어린 이야기가 관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이러한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칭 할 수 없겠지만 나의 브랜드가 이 산업에 있는 한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꾸준히 나만의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향해 던지고 싶다.

-디자이너 박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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